* 본 글은 : http://cliomedia.egloos.com/2167570  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그리고 이 블로그를 옆 링크에 실어 놓습니다.


같은 노래 다르게 부르기-아주로(Azzurro)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68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이탈리아에서 활동을 하고 있던 비슷한 연배의 두 음악인이 만났습니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이들 중 한 사람은 원래 법대를 졸업하고 변호사 활동을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변호사로 일하면서도 재즈에 대해 가지고 있던 자신의 열정을 억누르지 못 하고 결국 밴드를 조직해서 음악계에 뛰어든 사람이었지요. 자신이 조직한 재즈 밴드와 함께 한 두 장의 앨범을 발표했지만 누구도 알아 주지 않았고 그 무렵에는 오히려 작곡가로서 가수들 사이에서 알려져 있던 음악인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사람은 갓 스물이 될 무렵부터 연예계에 뛰어들어 10년이 지난 지금은 이탈리아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인기 가수가 된 사람이었습니다. 잘 생긴 얼굴은 아니었지만 개성있는 얼굴이었고 자신의 노래를 표현하는 자기 만의 스타일이 있는 가수였지요.
이들은 자신들보다 10년 이상 연상인 40대 중반의 한 작사가가 만든 가사에 곡을 붙여 음반으로 발표했습니다. 대중가요로 사랑 받기에는 이해하기 힘든 가사라는 평도 있었지만 변호사 출신의 작곡가가 만든 멜로디와 가사는 너무나 잘 맞아 떨어졌고 그 가수의 특이한 목소리와 개성있던 스타일이 더해지면서 이 노래는 단번에 이탈리아 전체를 휩쓰는 히트곡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 이 노래는 지난 40년간 이탈리아인들에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국민 가요가 되었고 이탈리아 문화를 세계에 소개하는 활동을 주로 하고 있는 단테 협회(Societa' Dante Alighieri)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2008년에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부르는 이탈리아 노래 중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한국에서도 지난 60년대와 70년대에 많은 이탈리아 노래들이 사랑을 받았고 몇 몇 노래들은 번안곡으로 여러 한국 가수들이 불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이 노래는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만 한국에서는 이 노래를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일단 아래에 이 노래를 처음 발표했던 가수 아드리아노 첼렌타노(Adriano Celentano, 1938-)가 한 텔레비젼 쇼에서 부른 장면을 가사와 함께 올려봅니다. 70년대 초반의 장면이라 생각됩니다.

참, 중요한 걸 빼먹었군요. 노래 제목은 "Azzurro(아주로, 푸른, Blue)"입니다. 축구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아주리 군단'이라는 이탈리아 축구 대표팀들을 떠올리실 겁니다. 물론 그 이야기도 뒤에 이어집니다.

Azzuro

Cerco l'estate tutto l'anno e all'improvviso eccola qua.
Lei è partita per le spiagge e sono solo quaggiù in città
sento volare sopra i tetti un aeroplano che se ne và.
일 년 내내 여름을 기다렸는데 갑자기 여름이 찾아와 버렸군.
그녀는 해변으로 떠나고 나는 여기 도시에 혼자 남았네.
지붕 위에서는 멀리 날아가버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오는군.

(후렴)
Azzurro, il pomeriggio è troppo azzurro e lungo, per me
mi accorgo di non avere più risorse senza di te
e allora io quasi quasi prendo il treno e vengo vengo da te.
Ma il treno dei desideri nei miei pensieri all'incontrario và.
우울해, 내게 오후는 너무 우울하고 길어.
네가 없는 지금 나에게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아.
그래서 지금 나는 기차를 집어 타고 너에게로 가려해.
하지만 내 머리 속에 있는 욕망의 전차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Sembra quand'ero all'oratorio, con tanto sole, tanti anni fa.
Quelle domeniche da solo in un cortile, a passeggiare,
ora mi annoio più di allora, neanche un prete per chiacchierare.
마치 여러 해 전 햇살이 가득하던 성경 학교에 있었을 때 같아.
정원에서 혼자 산책을 하며 보냈던 그 일요일들,
오늘은 그 때 보다 더 심심해. 같이 수다 떨어 줄  신부님도 없으니...
(후렴)

Cerco un po' d'Africa in giardino, tra l'oleandro e il baobab
come facevo da bambino, ma qui c'è gente, non si può più
stanno innaffiando le tue rose, non c'è il leone, chissà dov'è.
정원에 있는 올레안더와 바오밥 사이에서 아프리카를 찾으려 했어.
마치 어렸을 때 그랬던 것 처럼 말이야.
하지만 여기에 사람들이 있어서 더 이상 그렇게 하지는 못 하겠구나.
그들은 네가 남긴 장미에 물을 주고 있지만 사자는 없고 ... 도대체 어디에 갔을까...
(후렴)


어떠십니까? 아마 특이한 멜로디와 가수의 목소리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아주로, 일 포메리지오 에 트로포 아주로" 하는 후렴구는 너무나 쉽게 귀에 들어오고 노래가 끝날 때 쯤이면 처음 들으신 분들도 그 멜로디를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가 됩니다. 이 노래를 작곡한 변호사 출신의 재즈 음악인은 그 후 70년대와 80년대를 넘어 오면서 영화로 치면 마치 컬트 무비와 같은 가수로 변신을 합니다. 즉, 다른 세계적인 가수들처럼 엄청난 대중적인 인기는 없었지만 이탈리아는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이 사람의 골수 팬이 생겨날 정도로 인정받는 음악인이 되었습니다.


자신 만의 스타일로 피아노를 연주하며 때로는 흥얼거리듯, 때로는 고함을 치 듯  노래하는 이 가수의 모습은 진지하게 음악에 빠져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르고 그것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려는 다른 가수들과는 달리 마치 피아노와 자신의 목소리를 이용해서 사람들에게 음악이 아니라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이야기꾼의 모습 같습니다. 인기있는 가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촌스럽고 그러면서도 음악은 아주 도시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참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는 가수인데요. 한국에서도 이 가수를 좋하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가수의 노래 한 곡을 틀어놓고 되풀이해서 들으며 맥주 한 잔과 함께 밤을 꼬박 새우신 분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파올로 콘테(Paolo Conte, 1937-)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가수가 처음 우리에게 찾아온 것은 맥 라이언이 주연한 영화 '프렌치 키스'에서 맥라이언이 파리의 거리를 헤메고 다닐때 흘러나오던 "Via con me(비아 콘 메, 나와 함께 나가자)" 라는 음악을 통해서 였습니다. (연결한 링크는 이 음악을 사용한 또 다른 영화인 Welcome to Collinwood 의 예고편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이미 60년대부터 작곡가로서 많은 가수들의 음악을 작곡했고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리고 있는 "아주로(Azzurro)"입니다. 이 노래를 부른 아드리아노 첼렌타노와 마찬가지로 파올로 콘테 '할아버지'도 일흔이 넘은 아직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난 달(2008년 11월)에는 멋진 노래들이 가득한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파올로 콘테는 정작 자신이 작곡한 이탈리아의 국민가요 '아주로'를 오랫 동안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그 노래를 처음 부른 것이 1985년에 있었던 한 공연에서였습니다.


자신이 작곡한 노래였기에 자신의 스타일로 들려주는 파올로 콘테의 아주로는 첼렌타노의 '아주로'와는 같은 노래이면서도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간단한 피아노 반주와 함께 동료들이 코러스를 넣어서 불러주는 아래의 노래를 들어보시면 파올로 콘테 '할아버지'의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피아노 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손과 내뱉듯이 흘러나오는 가사들, 그리고 이 공연에서 2절에서 3 절로 이어질 무렵 짖궂은 미소를 지으며 "계속 갈까 말까?" 하는 표정으로 청중들을 바라보는 모습들을 보면 더 이상 박자와 멜로디에 얽매이지 않고 음악과 하나가 되어 몸으로 표현하는 모든 것이 음악이 되어버린 대가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자, 가수와 작곡자의 이야기를 했구요. 마지막으로 작사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노래를 작사한 비토 팔라비치니(Vito Pallavicini, 1924-2007)는 50년대에서 부터 70년대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가수들의 노래를 작사한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작사가였습니다. 그는 지 난 2007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그 때 아드리아노 첼렌타노는 비토를 기억하며 음악에 대한 열정이 타오를 때면 마치 어린이와 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던 사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한 때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사가로서 산레모 가요제에서 수상한 많은 노래들을 작사하기도 했던 비토 팔라비치니는 80년대 이 후 상업적인 이익 만을 추구하는 음악들이 주류를 이루게 되자 음악계를 완전히 떠나 학생들에게 시를 가르치며 말 년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지난 2004년에 한 인터뷰에서 이제 음악은 더 이상 예전 자신이 활동하던 시대의 음악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지금의 음악은 그저 한 번 듣고 버리는 일회용 음악일 뿐이고 이제는 더 이상 "방 안의 하늘(Il Cielo in una Stanza)"처럼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남아 있는 음악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가 '아주로'를 작사했을 때 가수인 아드리아노에게 도저히 이 노래를 발매하지 않을 수는 없을 거라고 하면서 흥분한 목소리로 이 노래가 장차 이탈리아인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실제 그의 예언대로 이 노래는 이탈리아 인들에게 제 2의 국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이탈리아 축구팀이 경기장에 서면 이 노래가 응원가로 불린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우리에게
아주리 군단이라고 불리는 이탈리아의 축구 대표팀이 이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했습니다. 자선 축구 경기를 홍보하기 위한 영상을 만들면서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하는데 마지막으로 아래에 그 영상을 소개해 봅니다. 축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보시면 반가운 얼굴들이 나올 겁니다. 가수가 아닌 축구 선수들이라 좀 어색하긴 해도 정말 즐기면서 노래하는 이 모습을 보면서 역시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우리와 많이 비슷하다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한국인을 가리켜 아시아의 이탈리아인이라고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말이 결코 그냥 농담으로 하는 말은 아닌것 같습니다.^^

* 사실 저에게는 위 의 화면 속에서 짙은 회색 셔츠를 입고 가수들을 보면서 웃고 있는 잔니 모란디라는 예전 가수의 얼굴이 인상 깊었습니다. 전에 한 번 그 사람의 노래를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다시 한 번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 싶은 왕년의 스타입니다. 오늘은 노래 한 곡을 중심으로 포스팅을 했지만 사실은 첼렌타노와 콘테 두 할아버지에 대해 몇 개의 포스팅을 준비해 둔게 있습니다. 좋아하시는 분들이 좀 더 많아지면 또 올리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노래 한 곡을 가지고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  이 글에 쓰인 이미지는 Amazon 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Posted by Gin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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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alermo 2010.09.28 13: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에 아주리가 노래하는 부분 보니까 2008년 월드컵 스쿼드 같네요. ㅠㅠ 아 compione del mundo였던 시절이 그립니다. 이제 아주리에서 볼 수 없는 또띠나, 알레 같은 선수의 모습과 함께 azzurro를 들으니 갑자기 아련합니다. <--그들의 은퇴와 함께 한 시대가 끝났달까..;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2. links london uk 2010.12.21 17: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요.. 저도.. 간혹 이탈리아가 눈에 선할 땐
    이 채널에서 한참을 놀다 가곤 하죠...

  3. links of london jewelery 2010.12.21 17: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은예감에서 펌. 덧말 음... 이집트 관련해서 여기저기 몇군데 트랙백을 심었는데, 블로그를 가르쳐주신 강사선생님으로부터는 제목으로 낚시하는 최고의 경지까지 올랐다는 평도 들었는데요 (한번 해보자는 겁니까...로 제목을 달았거든요^^), 이집트 이야기를 깊이있게 블로깅하시는 분들께, 하루..

  4. 주영 2012.01.05 05: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태리라는곳이 너무도 생소했어요…어찌어찌해서 여기에 발붙이긴 했지만 알고있는것이 너무도 적네요…관리자분께서 많은 수고 하셨다는게 느껴져요…앞으로 이태리자료 많이 기대해도 되죠?홈페지운영이 잘되길 바래요…

  5. 주영 2012.01.05 05: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태리라는곳이 너무도 생소했어요…어찌어찌해서 여기에 발붙이긴 했지만 알고있는것이 너무도 적네요…관리자분께서 많은 수고 하셨다는게 느껴져요…앞으로 이태리자료 많이 기대해도 되죠?홈페지운영이 잘되길 바래요…